정부가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포괄적 규제 프레임워크 도입을 본격화하면서 국내 IT·스타트업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말 '생성형 AI 안전·신뢰 기반 조성을 위한 특별법' 초안을 공개하고 이달 중 공청회를 거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안에는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한 사전 적합성 평가 의무화, 딥페이크 콘텐츠 생성·유통 금지, 학습 데이터 출처 공개 요건 등이 포함됐다.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대형 플랫폼 기업들은 일정 수준의 규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세부 조항이 과도한 행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사전 적합성 평가 제도가 도입될 경우 심사 기간 동안 제품 출시가 지연돼 글로벌 경쟁사 대비 시장 진입 속도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규제 도입 시 국내 AI 스타트업의 해외 이전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다.
반면 신뢰 기반 생태계 구축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AI 윤리 분야 전문가들은 명확한 규제 기준이 마련될 경우 오히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안전한 AI'를 표방하며 차별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유럽연합(EU)의 AI법(AI Act) 시행 이후 규정 준수 능력 자체가 B2B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 우위 요소로 부상한 사례가 참고가 된다는 것이다. 국내 일부 대기업들은 이미 'AI 컴플라이언스' 전담 조직을 신설하며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동향도 규제 논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은 연방 차원의 단일 AI 규제법 대신 부문별 가이드라인 방식을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은 자국 생성형 AI 서비스에 대한 등록제와 콘텐츠 심의 의무를 이미 시행 중이다. EU AI법은 위험 등급에 따른 차등 규제 원칙을 채택해 국제 표준의 기준점 역할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독자적 모델을 구축하되 국제 기준과의 상호 운용성을 확보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한 변수다. 초기 단계 AI 스타트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규제 준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규제 설계 시 소규모 사업자에 대한 예외 또는 지원 조항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정부는 매출액 기준 일정 규모 이하 기업에 대해 의무 이행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AI 산업의 육성과 안전 규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정부의 시도가 공청회 이후 어떤 방향으로 구체화될지, 산업계와 시민사회 모두 예의주시하고 있다.